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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61회 황금사자기 1회전 - 최고의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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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29기 최병한
댓글 0건 조회 424회 작성일 07-07-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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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황금사자기 1회전 - 최고의 명승부






제 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 대회는 본격적인 장마시즌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오늘(6/28) 우리 강릉고와 대구상원고와의 1회전을 과연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지난 글에서 언급하며 예상해 드린 데로 배재고가 극적인 승부를 거두며 약체 주엽고를 이겼고 결국 16강전에서 부전승으로 올라온 경동고와 맞붙게 되었습니다. 이 둘 중 승자와 우리가 8강에 올라간다면 붙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회사 퇴근 후 서둘러 지하철을 올라타고 동대문야구장으로 향한 저는 먼저 끝난 천안북일고와 부경고와의 경기결과 또한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1회전을 통과한다면 이 경기의 승자와 16강전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6시40분 쯤에 야구장에 들어갔을 때 아직 강릉고와 상원고와의 경기는 시작되고 있지 않았고 앞 경기 결과를 주위에 물어 봤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천안북일고가 부경고를 좌완 에이스 윤기호 선수를 내세워 8회 7대0 콜드게임승을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역시 부경고는 선수부족과 부진한 타력의 약점을 여실히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청룡기예선에서 부산공고에 노히트노런수모에다 이번에 무득점 콜드케임패라면 심각한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두 경기에서 상대투수는 모두 140km/h 초반을 던지는 특급 좌완(부산공고 박용운 선수와 천안북일고 윤기호 선수)였기 때문에 팀 전체의 공통된 약점이 노출된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


타 팀 걱정이야 나중에 하더라도 지금은 우리 강릉고가 선전하기 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6시 50분이 조금 넘어 늦게 시작된 우리 강릉고와 대구상원고와의 승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중 간간이 뿌린 비로 인한 축축한 인조잔디 그라운드 상태와 해가 넘어가면서 야간경기 라이트 불빛에 대한 적응 변수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상대 김민석 선수보다는 우동균 선수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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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선발투수였던 김민석 선수, 오른쪽: 우동균 선수>



지난 번 글에서 저는 제 14회 무등기 전국고교야구 대회 안산공고전에서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세운 대구상원고의 김민석 투수지만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의 투수라는 견해를 밝혔었습니다. 분명 노히트노런이라는 기록은 대단한 기록이지만 SK로 김광현 선수가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팀전력이 크게 약화된 안산공고를 상대로 거둔 성적인데다 직구 구속이 130km/h 정도에 슬라이더 외에는 별다른 구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1년 밖에 안 되는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올해 대구 지역 고교 투수진은 실망스럽다는 것이 그 동안의 전문가들의 평가였기 때문에 많은 동문들의 우려의 목소리와는 달리 쉽게 강판 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이보다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선수리스트 제일 위에는 바로 올해 삼성 라이온즈에 1차 지명된 우투좌타 외야수인 우동균 선수라는 것을 지난 번 글에 강조했었습니다. 올 해 대구지역이 투수들 중 특출한 선수가 배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타자가 1차1지명이 된다면 그 선수의 잠재력과 능력 또한 대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 해 야구장에서 우동균 선수가 플레이 하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만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다음날 연장 경기 하기 전까지 6번 타석에 나와서 2루타 2개, 단타 2개에다 9회 초에는 고의사구로 거르기까지 했으니 대단한 선수임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결국 대구 상원고의 전력의 절반 이상을 이 선수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혼자서 하는데 한계가 있는 팀스포츠라는 것을 대구 상원고가 16강전에서 탈락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틀 간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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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선발투수였던 최인영 선수, 오른쪽: 뒷모습이 맹타를 휘두른 최승욱 선수>



우리 선발 투수는 지난 청룡기에서 유신고와의 짜릿한 역전승을 할 때 훌륭한 피칭을 해준 최인영 선수였습니다. 볼은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커브가 좋고 위기상황에서도 제구력이 좋아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입니다.


실질적인 강릉고의 에이스인 홍성민 투수를 선발로 내세울 것을 우리 함학수 감독 또한 고민하셨을 것입니다만 상대 타자들의 라인업을 보면 좌타자가 다수 포진해 있어 사이드암인 홍성민 투수가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상대 투수는 역시 무등기대회에서 좋은 피칭을 보인 3년생 김민석 선수를 내세웠습니다. 역시나 실제 투구하는 것을 보니 지난 청룡기 결승전에서 경남고 하준호 선수 등과 같은 초고교급 투수의 수준에는 많이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릉고는 1회 초부터 2사까지 잘 잡고 난 후 3번 타자 우동균 선수에게 2루타를 맞고 이후 4번타자 김민수 선수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실점 합니다. 이때 중견수 최창규 선수가 홈으로 송구를 하지만 포수키를 훨씬 넘는 악송구를 하고 마침 최인영 선수 마자 포수 뒤쪽으로 커버를 들어가지 않는 실수를 합니다. 투수는 공을 던진 후 자기 왼쪽으로 공이 굴러 가면 무조건 1루 쪽으로 베이스커버를 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뛰고 이렇게 상대 주자가 홈으로 뛰어 들어올 것 같으면 무조건 포수 뒤쪽으로 뛰어가야 함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째든 이렇게 1실점을 한 이후 1회말 강릉고는 무사1루와 2루의 찬스를 맞고 3번타자 홍재용 선수가 보내기 번트를 하며 1사 2루와 3루의 찬스를 2사 만루까지 만들지만 결국 다음타자가 2루수 땅볼을 치며 득점없이 마감하고 맙니다.


2회 초에도 1회와 마찬가지로 2사 이후 집중력을 잃으며 1실점하고 2회말에도 찬스를 잡지만 상대 3루수 최지훈 선수의 호수비로 득점에 실패하는 불운을 겪습니다.


3회 초가 되자 상대 좌타자인 우동균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 좌투수인 곽지훈 선수를 투입하지만 좌전안타를 맞고 맙니다. 이후 에이스인 홍성민 투수가 나왔지만 결국 1실점해서 점수는 3대0으로 벌어지고 맙니다.


강릉고의 득점은 3회에 드디어 1점을 얻으면서 시작됩니다. 지난 청룡기 대회에서 최다안타상을 받은 신명철 선수의 우전안타에 이은 홍재용 선수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와 3루 찬스를 4번타자 차진환 선수가 2루 깊숙한 내야땅볼을 치면서 1점을 만회하게 됩니다. 3회말까지 마친 두 팀의 점수는 3대1로 강릉고가 뒤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4회와 5회를 양팀은 투수들이 잘 막으면서 3대1의 점수차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6회 초에 들어와 또 다시 2사 이후 위기를 맞는 강릉고는 볼넷으로 2사 1루와 2루에 2루타를 맞고 5대1로 벌어졌습니다. 이어지는 공격인 2사 1루와 3루에 상대타자 우동균 선수가 나왔을 때 저는 고의사구로 거른 다음 다음타자와 상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러한 고민이 채 가시기 전에 안타를 다시 맞습니다. 이후 투수가 3루를 보고 있던 홍재용 선수로 교체되고 그 자리에는 지명타자로 있던 신명철 선수가 3루로 갑니다. 밀어내기 볼넷까지 주며 6회 초 상대 공격이 끝났을 때 점수는 7대1로 크게 벌어지고 맙니다.


함께 응원하던 많은 동문들의 한 숨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 올 때 강릉고는 6회말 공격을 합니다. 대타로 나선 1학년 윤승환 선수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상대 또한 선발 투수를 내리고 사이드암 투수를 투입합니다. 우리도 다시 좌타자인 1학년 김석현 선수를 대타로 내보내고 1사 2루에 이 날 최고의 타격을 보인 최승욱 선수의 안타로 1점을 따라가고 9번 이원석 선수의 번트 안타와 상대의 와일드피칭에 이은 1사 2루와 3루 찬스를 9번 타자 전계용 선수가 안타를 치면서 7대3까지 추격합니다. 상대투수도 좌완인 김세훈 선수를 내려보내고 우완인 이동훈 선수를 올리지만 밀어내기 볼넷과 데드볼 등으로 7대5까지 점수를 허용합니다. 강릉고의 추격에 당황한 대구 상원고는 사이드암으로 좋은 볼을 지난 이정훈 선수를 투입하지만 결국 우리는 5번 타자 윤승환 선수가 다시 2루수 강습안타를 치며 7대6으로 목전까지 추격합니다.


7회초 2사 1루 3루 위기를 유격수 땅볼로 잘 처리하고 7회말 이전까지 3타수 3안타를 치며 그 날 가장 좋은 타격을 보인 최승욱 선수가 다시 안타를 치고 진루 한 후 9번 타자 진계용 선수의 스퀴즈가 성공하면서 드디어 7대7 동점을 만듭니다. 진계용 선수는 우타자에다 주자는 1사 3루에 포스아웃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1루 쪽에다 번트만 잘 댄다면 최상의 작전이 될 수 있었습니다.


8회 초 선두타자인 우동균 선수에게 다시 2루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긴 했지만 홍재용 선수가 마지막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으며 잘 막았고 9회 초에도 상대 1번 타자인 최지훈 선수에게 2루타에 데드볼로 1사 1루와 2루의 위기를 맞지만 우동균 선수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이날 홍재용 선수의 주승부구였던 직구로 1사 만루의 위기를 삼진으로 카운트를 두 개를 잡으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갑니다.


양팀이 9회를 마친 시간은 밤 10시 30분이 조금 넘었습니다. 대회 규정 상 오후 10시 30분 이후 새로운 이닝에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에 다음날인 6월 29일 오전 9시부터 서스펜디드 경기로 연장 10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다음날 회사 출근 관계로 문자중계로만 경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홍재용 선수는 너무나도 많은 이닝을 투구했기 때문에 다음날 시작하자 마자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주고 이후 1실점을 하고 맙니다. 10회 말 2사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 전날에 별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4번타자 차진환 선수가 1볼 상황에 솔로홈런을 작렬해 다시 8대8로 동점을 만들었다는 컴퓨터 화면의 문자중계를 보고 사무실에서 환희의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결국 이후 연장 11회 초에 상대에게 3점을 더 내주며 11대8로 벌어졌고 우리는 11회 말에 연속안타에 이은 볼넷과 사구 등으로 2점을 더 추격했습니다. 11대10까지 추격한 2사 만루의 찬스에 전타석에 동점홈런을 날린 4번타자 차진환 선수가 다시 나섭니다. 2사이기 때문에 타자가 치면 자동 스타트일 테고 안타 하나면 두 점을 얻어 끝내기가 되고 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쉽게도 3루 땅볼로 결국 11대10으로 경기를 마감하고 맙니다.


우리 강릉고의 끝없는 투혼은 그렇게 이틀에 걸쳐 마감했습니다. 7대1로 지고 있을 때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고 비록 지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 우리 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함학수 감독과 오대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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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함학수 감독, 오른쪽: 오대석 감독>



우리 강릉고의 감독은 1982년부터 삼성라이온즈에서 1루수로 활약한 함학수 감독입니다.


상대팀인 대구상원고의 감독 역시 함학수 감독과 함께 삼성라이온즈 원년멤버인 오대석 감독입니다. 이 두 감독은 선수시절 이만수 현 SK 코치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이끌며 당시 호화 군단이었던 삼성의 타력을 이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기억에 함학수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82년 1루를 보면서 타점 5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황금사자기 주관사인 동아일보에 기사 오류라고 생각되는데 함학수 감독은 야구 명문 경북고 출신입니다. 같이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한 비운의 좌완 투수인 이선희 선수와 1973년 졸업동기 입니다.(그러고 보니 제가 태어난 해 졸업하셨네요.) 그리고 오대석 감독은 지금은 대구상원고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대구상고를 1978년 졸업했습니다. 모교 감독을 맡고 있는 셈입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팀 중심 타자로 한방이 있었던 함학수 감독보다 많은 사람이 오대석 감독을 더 기억하는 것은 바로 그가 1982년 6월 삼미와의 경기에서 이룬 프로 최초의 사이클링히트 기록의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많은 사람들은 1982년 한 해 동안 오대석 선수가 단 한 개의 3루타를 쳤다는 사실과(오대석 선수의 통산 3루타는 총 7개 입니다.) 그 해 총 4개의 홈런을 쳤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 날 시즌 유일했던 3루타와 총 80경기를 치르는 동안 불과 4개를 친 홈런이 같은 날에 나온 것이지요.


야구라는 스포츠가 통계와 확률 그리고 기록의 스포츠인 것처럼 야구팬이라면 최초 기록에 대한 인상은 언제나 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치 프로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선수가 해태의 방수원 선수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비록 승리의 여신은 두 감독의 승부를 이틀에 걸쳐 치르게 만들었고 결국 오대석 감독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한 팀의 선수에서 지금은 다시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참 행복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자신감은 우리 선수들의 최고의 무기


올 해 우리 강릉고의 경기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고 여유가 생겼음을 그들이 경기를 하는 내내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 에러 하나가 발생하면 다시 연쇄적으로 에러가 발생하며 팀이 무너지고 상대가 선취점을 얻을 경우 역전보다는 콜드게임을 걱정하던 팀에서 이제는 경기 내내 포기 하지 않고 추격하는 역전의 팀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 비단 저 뿐이었을까요?


지난 청룡기때 유신고, 진흥고, 부산공고…… 모두 역전승으로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우리 자랑스러운 후배들입니다.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콜드게임 목전까지 갔다가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간 우리 자랑스러운 후배들입니다.


올 한 해 아직도 여러 대회가 남아 있으니까 조금 모자란 부분을 갈고 닦아 많은 동문들이 다시 야구장에서 힘찬 응원과 교가를 부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 드립니다.


강릉고 야구부 파이팅!


강릉고 29기 최 병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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