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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회 소식 동문들께 보내는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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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동
댓글 0건 조회 7,139회 작성일 12-01-1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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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이 집을 다녀간 지 벌써 일주일이 다되어 갑니다. 글로라도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생각했지만, 가슴만 먹먹하고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마땅한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아 일주일을 그냥 보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시한부 불치병 환자가 되기까지 불과 몇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인생의 모든 게 바뀌어 버렸고, 절망과 불안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아 보려 해도 그 어디에도 희망적인 얘기는 없고, 하루하루 나빠지는 병세를 몸으로 느껴야하는 일은 참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입니다.

사실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몇몇 친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친구들이 모금운동까지 할 계획을 세웠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고, 진심으로 중단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수술만 하면 완치되는데 수술비가 없어 못고치는 병도 아니고, 이미 치료방법이 없다는 불치병 선고를 받은 마당에, 다들 나름대로 삶이 바쁜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고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였습니다.

홈페이지에 그렇게 실제로 모금활동이 시작된 것은 동료에게 처음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직장을 쉬고 있는 동안 제 이메일을 대신 관리하다 동창회 소식을 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게 된 모양인데, 너무 감동을 받아 눈물이 다 났다고 꼭 들어가 보라고 문자가 온 것입니다. 강릉고등학교...! 참 멋지고 부럽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총동창회 홈페이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제 얘기가 메인에 있는 걸 보고 민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다가 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해주고 있는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동기들과 얼굴도 모르는 선배, 후배님들의 성금과 응원 메시지... 어느 순간 북받치는 감동에 눈물이 흘러 더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시한부 불치병 선고를 받고도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였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친구들, 선배, 후배들의 이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기적을 한번 꿈꾸어 보자. 지금 받은 과분한 마음들에 꼭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힘을 내보자.
절망감에 맥을 놓고 있다가 삶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11월, 줄기세포 시술을 위한 검사를 받고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다 보니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점차 회복되어 최근에는 어렵게나마 일상이 가능해 졌습니다. 이것이 다 주변의 응원의 힘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줄기세포 시술, 그래서 고민 끝에 힘을 내어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한분 한분의 응원을 마음에 새기며 이겨나가겠습니다.

그 동안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면서, 힘들고 아플 때 무엇이 감동과 용기를 주는 지,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짧은 안부의 문자 한 줄도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함께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지금의 깨달음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제가 받은 것을 되돌려 갚을 기회가 반드시 오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합니다.

지금 제가 받은 따뜻한 격려, 소중한 정성들, 사실 감당하기조차 버겁고 과분합니다. 동기들, 선후배들이 함께 보내준 진심어린 응원과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이런 마음들이 헛되지 않도록 용기내서 이겨내겠습니다. 먼후일에 지금의 불행이 사실은 불행이 아니였다고 얘기할 날을 기대하면서요...

지금 동기들, 선후배님들, 일일이 다 인사를 드릴 수는 없지만... 꼭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 뵐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우선 지면으로 이렇게 감사 인사를 대신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2012. 1 22기 김승회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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