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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안나푸르나 원정산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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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부교
댓글 0건 조회 589회 작성일 13-03-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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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자는둥 마는둥 히말라야 자락에서의 첫밤을 재내고
일찍 잠에서 깹니다.

오늘은 678입니다.
6시기상 7시식사 8시출발 이랍니다.

설레는 마음에 다들 잠을 설쳤는지 모두들 일찍 나옵니다.
모두들 근심어린 눈으로 하늘을 처다 봅니다.
다행히 비는 멎었으나 하늘은 아직 꾸물거립니다.

현지인 주방팀이 끓여준 미역국으로 속을 풀고
출발준비를 합니다. 군기가 바짝 서 678에 고문관이 없습니다.

비가 또다시 몇 방울씩 떨어집니다.
다시 우비를 입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에라^^ 비로 바깥부터 젖으나 땀으로 안부터 젖으나 마찬가지.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상큼한 공기가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부터는 고도를 높여야 합니다.
다음 마을인 울레리(1960)까지는 끝없는 오르막입니다.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는 것보다 훨신 가파릅니다.

다행인 것은 설악산처럼 인체공학에 맞지 않는 계단이 아니라
돌로 된 자연스런 계단이라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급경사 지역인데 우리 등산로를 따라 끝없는
계단식 밭들이 경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비탈은 비탈도 아닙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도 달랠 겸 올라온 길을 돌아 봅니다.
오락가락 하던 비도 멈추고 살짝살짝 파란하늘이 내다봅니다.

어제밤 유했던 힐레마을과 건너편 산의 다랑밭이 한 폭의 수채화로
저멀리 발아래로 펼쳐집니다.
낮은 구름들은 우리 발끝 아래로 처진지 오랩니다.

한시간 정도 걷고나면 앞장선 캡틴 가이드의 명령으로 휴식입니다
캡틴은 예전 강산회의 김석기 산악대장 만큼 절대자입니다.

이곳 트레킹 코스는 거의 관광지화 되어서
거의 2-30분 정도의 거리마다 숙소인 롯지와 음료수파는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성수기가 아닌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한적합니다.
현지인 주인들이 가끔씩 내다볼 뿐 우리네처럼 호객행위는 없습니다.
참 심성이 곱고 악다구니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곳 가게에서 파는 것이라야 짜이와 생강차 정도입니다.
고소를 대비하여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여 주는 대로 마십니다.

짜이는 녹차에 우유를 섞은 것인데 맛이 제법 좋습니다.
추운 날ㅅ에 따뜻한 짜이 한잔 지금도 선합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변덕스런 산악날씨를 실감합니다.
10여분 간 작은 밤톨만한 우박이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덥지만 우비를 꺼내 입고 산행을 계속합니다.

이미 2000미터의 고도를 확보했으므로 안나푸르나 남봉을포함
히운출리봉을 여유롭게 조망하며 걸어야 되지만 안타깝습니다.

경치 좋은 빈탄티 마을 전망좋은 롯지에 12시쯤 도착합니다.
여기 롯지들은 숙박은 물론 식사도 제공합니다.
한국 여행객이 많은고로 김치찌개, 닥백숙등 한국메뉴도 보입니다.

우리의 아침식사 후 설거지 등으로 늦게 출발한 주방팀이
벌써 도착하여 점심을 차려 놓았습니다.

외국 트레커들이 한국 단체여행객들을 보고 황제여행이라고
비아냥댄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오후는 무난한 코스가 이어집니다.
온통 이끼를 뒤집어쓴 원시림 지대를 여유롭게 걷습니다.
계곡의 물소리도 한층 운치를 높여 줍니다.

여름 우기에는 나무에서 거머리들이 수없이 떨어져
이곳 트레킹이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비는 눈으로 변합니다.
우비를 입었지만 이미 옷은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우비대신 우산을 가져온 희관씨의 탁월한 선택이 부럽습니다.

이제부터는 조망도 없고 모두들 말없이 걷습니다.
지루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몇몇 분은 힘든 기색이 역역합니다.

오후 4시쯤 오늘 목적지인 고라파니에 거의 다와 간답니다.
이제 눈도 그치고 파란하늘이 나타납니다.

아래 고라파니 마을이 보입니다.
눈 속의 산중 작은 마을이 동화속 그림입니다.

고라파니의 ‘고라’는 말이라는 뜻이고 ‘파니’는 물먹인다는 뜻이랍니다.
이곳이 차마고도의 한 구간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이곳 아래 고라파니를 지나쳐
30분 거리에 있는 위 고라파니에 숙소를 정합니다.
전망이 좋기 때문입니다.

5시쯤 위 고라파니(2860) 마을에 올라서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집니다.
웅장한 설산이 눈앞에 턱 버티고 선 겁니다.
안나푸르나 남봉이라고 합니다.옆에도 설산이 있지만 구름에 가려있습니다.
이걸 볼려고 이렇게 마음 설레며 달려왔나 감회에 젖습니다.

서둘러 방 배정을 받고 식당 한 켠에 설치된 장작 난로로 갑니다.
추위도 달랠 겸 젖은 신발을 말려 볼 요량입니다.

이곳은 3000미터 가까운 고지인데 난방은 따로 없습니다.
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난로 가에는 이미 10여 명의 독일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전혀 비켜줄 태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인해전술을 쓸 요량으로 기회만 봅니다.

자리 하나라도 나면 하나하나 점령할 작정입니다.
하지만 천하의 독일 놈들이 만만하겠습니까.

자리를 사수하기위해 짬밥 식판에 식사를 시켜 불가에서
들고 먹는데 누가 쳐 들어 가겠습니다.
오줌도 조금씩 싸서 말리나 봅니다. 요동도 않습니다.

역시 독일 병정들입니다.

개밥에 눈독을 들이던 고양이 마냥 슬그머니 포기합니다
후일을 도모하기로 하고...

추워도 식사는 해야지요.
오늘 식사는 닭백숙입니다.
2900고지 안나 품 속에서 한식 닭백숙. 좀 거시기합니다.
하지만 삼산 토종닭 못지 않습니다. 닭죽도 나옵니다.

약주 좋아하는 상욱이 형님께 한잔하자고 하니
웬일인지 반응이 신통치 않습니다.
고산병이 근심이 되시나 봅니다.

하지만 포기할 우리가 아닙니다.
네팔산 양주를 시켜 종구형님 상정이형님 희관아우 그리고 나
이렇게 홀짝거립니다.
한번만 권하면 뒷일 생각하지 않고 참가 할 상욱이형님의
애매한 표정.. 죄송합니다.

식사후에도 독일병정들은 요동이 없습니다.
겨우 8시가 지나 장작이 거의 다 탈 즈음 슬슬 일어납니다.

방으로 돌아 옵니다.
태양열로 발전한다는 희미한 전구도 오락가락 합니다.
앉아서는 추워서 견딜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침낭 속으로 몸을 들이밉니다.
성환이 형님이 참이슬 많이 먹으라고 주신
핫팩이 오늘은 제 역활을 할듯합니다

내일은 맑아서 푼힐전망대에서 일출을 보아야 할텐데....

룸메이트인 상정이형님은 1분도 않돼 코를 곱니다.
부럽기만합니다.

*** 처음이라 여행기 속도가 좀 지루하지요?
다음회 부터는 퍼뜩퍼득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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