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지리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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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아 만만(滿慢)한 지리산
-2박3일 지리산 산행기-
밤 10시 강릉 도립병원 앞으로 급히 차를 몹니다. 약이며(사실 전 통풍이 있습니다) 우비며 스틱이며,,, 주섬주섬 챙기다보니 벌써 9시 55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급히 차를 대고 버스에 오르니 낮익은 선배님들보다 낮설은 선배님들이 더 많습니다. 일단 인사를 드리고 나니 마지막 승차자 13회 박학진 선배가 오르고 대굴령을 향해 버스는 출발합니다 .
6월 4일 토요일 밤 10시 10분.
현충일로 이어진 2박3일간의 지리산 산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승대 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기부 물목이 낭송되고 습니다. 000동문 소주 2짝, 000동문 현금 10만원과 음료수 한박스등등... 먹을 것 많습니다. 버스 앞쪽은 진지한(?) 세레머니가 진행되고 있지만 뒤쪽은 분위기 쥑입니다. 캬아... 술잔이 돌고, 알맞게 삶아 데친 무네(표준말은 문어, 영어로는 Octopus)를 꺼내 초장에 찍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 맛이란... 술이 술술 넘어갑니다.
한병 두병(이 병은 플라스틱 병으로 350ml가 아니라 500ml입니다)잘 넘어갑니다. 술자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약간의 소란을 틈타 들뜬 분위기를 잠재우려는 시도가 몇 번 이어졌지만 택도(이것도 표준말로하면 턱입니다) 없습니다. 술잔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돌아갑니다. 그러나 32명의 탑승 동문과 가족 가운데 10여명의 여성분들의 피부미용을 고려하여 12시까지만 마시고 술자리를 접기로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꿋꿋한 황환구 선배님 이하 7회 선배님들은 어둠속에서도 술잔을 찾고 돌립니다(暗中摸盞). 몇몇 선배님들은 자는 척하다 결국 술잔을 받고 어둠속에서 모의를 계속합니다... 그렇지만 즐겁습니다. 시간은 흘러, 버스는 달려, 덕유산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운전기사의 졸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제가 가끔씩 쓰던 관광버스 사고기사의 당사자가 제가 될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까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는 것입니다. 덕유산 휴게소를 10여분쯤 앞두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버스도 타고 있는 사람이 느낄 정도로 좌우로 흔들리고요. 운전기사가 졸고 있는 것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황환구 부회장인 선탑자로 나섭니다.
말 계속시킵니다. 그런데도 좁니다. 어찌 어찌 덕유산 휴게소로 들어갑니다.
커피사주며 운동시키며 꼬십니다. 조심해서 잘 가자고...나 참 조금 열받습니다. 그렇지만 어쩝니까. 아니면 제삿날이 다 한 날이 될텐데. 비굴한(?) 웃음을 날리며 버스에 오릅니다. 헤헤거리며 ....그런데 알고보니 이 운전사 서비스 정신도 운전기사로서의 자질도 대단히 부족합니다. 이상욱 선배님이 오는 도중 한소리 하셨답니다. 과속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이 운짱(저 열받았습니다.그래서 운짱으로 명칭 변경합니다) 시속 80km로만 갑니다. 4차선에서 달리지 말라고 했다고...그러나 어쩝니까. 꼬셔야지요. 헤헤거리며. 이 운짱 다음날 해인사에서 나오다 커브 틀면서 가로수와도 부딪칩니다. 물론 놀랬지만 32명 어떻합니까! 강릉까지 오려면 다시 헤헤거려야죠....아 씨 열 받습니다. 맨 뒤에 앉은 13회 박학진 선배님 한마디 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앞자리까지 들리게는 안합니다. 이럭저럭 해는 밝아오고 민족의 명산, 파르티잔의 향수가 느껴지는 지리산이 우리 눈앞에 펼쳐집니다.
출발 이틀째 6월 5일 아침 6시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다
새벽 5시쯤 중산리-산청군 중산리랍니다-에 도착합니다. 예약해 놓은 식당을 찾아갑니다. 용궁식당입니다. 참 내 지리산에 용궁식당이 멉니까? 이름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음식은 더 맘에 안듭니다. 5천원짜리 해장국이라고 멀---건 된장 국물에 무 시래기가 들어있는데 가위로 자른 듯 손가락 마디만 합니다. 반찬이라고는 묵김치와 콩자반 그리고 산채라고 내놓는데..산에 오를 때 배고플까봐 먹습니다. 산을 오르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절대 안먹습니다. 용궁에서는 아침 해장국을 이따위로 끌이는가 봅니다. 먹고 이닦고 볼일 보고 몸속의 번뇌들을 뚝-뚝 떨구고 산을 오릅니다. 지리산을 오릅니다. 초장부터 불뚝 섰습니다. 제께 아니고 산이 서 있습니다. 4.3km였든가 4.6km였든가 하여튼 정상 천왕봉까지는 4km는 넘습니다. 오르는 사람 무지 많습니다. 사람에 치여 뒷 사람 궁뎅이만 보고 오릅니다. 여기에 등산로는 다 파여지고 망가지다 보니 그냥 돌만 삐죽삐죽 나와 있습니다. 돌산입니다. 그냥 오릅니다. 처음에는 지리산에 오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돌에 발이 빠질까봐 신경쓰며 오르다보니 약간 신경질이 납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소금강이나 오대산등 영동지역 산 같은 곳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오르니 세속과 부처의 세상을 나눈다는 이제부터는 부처님 법이 통하는 세상이라는(아주 자의적인 해석입니다-그런데 맞나?) 법계사(法界寺)에 도착합니다. 이승대 회장님은 오늘도 구운 달걀을 참으로 내놓습니다. 찐 게 아니라 구워서 그런지 맛있습니다. 회장님의 정성이 겹쳐서 더 맛있고, 땀 빼고 올라와서 더 맛납니다. 소금을 많이 찍어도 짜지 않습니다. 꽤 많은 육수를 흘렸나 봅니다.
법계사 인근에서 바라본 중산리 전경 (휴대폰 카메라임)
이제부터 지리산은 더 각도를 더 세웁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등산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올라갑니다. 모선배님 오르시다 드디어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십니다. 자칭 타칭 15년간을 조기축구로 다져진 체력-체격은 그저 그렇습니다. 빵빵하시고 땅땅하시고, 그러나 아주머니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잡을 마스크를 소유하고 계십니다-을 자랑하시던 분입니다. 12회 태진아 선배님이십니다. 2회 김만회 선배님 한소리 하십니다. “뭐 이래, 체력 조기축구 야 이거 걷고 ...다 뻥이구만”. 이 말은 쉴 때마다 반복됐고 다시 중산리로 내려올 때까지 윤태진 선배님을 괴롭혔습니다. 물론 윤태진 선배님은 조기축구 근육과 등산근육은 다르시다며 항변하셨지만 별로 먹혀들지 않았구요..하하. 눈앞에 정상이 보이는데도 올라가니 그 자리고 올라가니 그 자리고, 여하간 5시간쯤 올랐습니다. 끝인가 했더니 웬걸 최대의 난코스가 나타났습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말그대로 발딱고개와 만난 것입니다. 다들 기가 질립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다른 방향으로 내려간다는데 아니면 낙오하는데. 기를 쓰고 올랐습니다. 사실 기어 올랐습니다. 한발 한발 오르다보니 ..아 정상입니다. 천왕봉 정상에 사람들이 빼곡합니다. 강릉말로 백지야립니다(이것 맞나 모르겠네). 정상 꼭데기까지 올라가 선배님들이 주시는 정상주 한잔하고 내려왔습니다. 1회 권오강 선배님 빠릅니다. 바윗돌만 있는 천왕봉 정상에서 사람으로 빠글빠글한 그 와중에서도 그늘을 찾아 절 부릅니다. 가자마자 배낭에서 500ml짜리 산 소주 한 병을 내놓습니다. 등산용 쇠 컵에 반 잔쯤 따릅니다. 그 때가 11시 30분쯤. 배도 고프고 한숨에 마십니다. 위에 들어가자마자 반응 무지 빠릅니다. 순식간에 찌리리 한게 ...좋습니다. 권선배님과 주거니 받거니 다 비웁니다. 휭 돕니다. 천왕봉에서 함안쪽을 바라보며 휴대폰 카메라로 몇장 찍습니다. 이제부터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감상합니다. 높습니다. 확 터졌습니다. 영산이라고 할만 합니다. 산 무지 큽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감응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맑은 날을 천왕봉 정상에서 만나기가 드물다며 운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안개에 쌓인 지리산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왜냐면 더우니까 그렇습니다. 하하
이제 땀을 식히고 32명은 장터목 산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사람이 워낙 많아 개천문(?)-틀렸으면 다른 분들이 고쳐 주시길-을 벋어나는데만 꽤 시간이 걸립니다. 장터목 산장에 못미쳐 모두 배들이 고파 도시락을 펼칩니다. 회장님이 마련하신 정성이 가득 담긴 약밥입니다. 너무 많이 담으셔서 다들 조금씩 남깁니다. 다음부터는 조금씩 담아주시길 부탁해--요. 3회 김만기 선배님이 나의 사랑 1L짜리 조니워커 까만거를 내놓습니다. 덥긴 하지만 잘도 넘어갑니다. 김만기 선배님은 모교에 재직하실 때 저희를 가르쳐 참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함안군 방향(?)
어렵습니다. 여하튼 잘 먹습니다. 금새 5병의 산 소주와 까만 조니워커가 위
속으로 사라집니다. 배가 든든하니 걸음도 가벼워 질 것 같았는데 웬걸 너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까지 능선을 걷는 코스가 개인적으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걷기도 편하고 능선을 끼고 걷는 결치도 그만이고요. 다음 지리산 등정때는 노고단으로 올라 능선을 따라 천왕봉으로 답사를 한번 하시죠. 제안합니다.
지리산 정상 고사목에 대한 단상
지리산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고사목이 서 있는 평평한 터를 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이승만 정권시절(?)인지, 해방이후인지, 주목을 베다 팔다 단속이 강화되자 벌목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고사목의 유래가 있고 그래서 이곳에는 더 이상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해발 1,900m에 올라와 나무를 벌목해 가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걸 나르자면 세상에나 굴리고 굴려도 ...불가능 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설사 벌목이 가능하다해도 이 험한 산중에 올라와 나무를 훔쳐 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부패한 관리와 협잡한 장사꾼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글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은 여하튼 파르티쟌의 정서가 묻어나오는 곳인 모양입니다.
천왕봉 정상 표시판 . 장터목 1.1km라고 써있다
장터목에서 다시 중산리 출발점까지
자 이제는 내려갈 시간입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게 더 어렵습니다. 올라올 때도 느꼈지만 내려가려 하니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거기다 울퉁불퉁 모두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놨습니다. 무지 짜증납니다. 넘어질까 겁도 납니다.12회 윤태진 선배님 무릎의 통증 더 심해집니다. 스틱을 짚어도 돌에 부딧치며 쇠조각으로 칠판 긁는 소리가 납니다. 아 참아야하느니라. 정가파른 경사를 다 내려왔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부터 여기 저기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윤태진 선배님. 그래도 꾸준히 내려오십니다. 1회 권해수 선배님 . 아슬아슬하게 정상을 오르시고 또 내려오시던 권선배님 드디어 탈 났습니다. 다리에 힘없습니다. 그래도 관록으로 잘 내려가십니다. 김만기 선배님 사모님. 가장 씩씩하시던 이 분 다 내려와 다리에 쥐납니다. 제가 주물러 드리면 얻어 맞을 것 같아 참습니다. 이뿌십니다. 왜이러지 ^_^.
장터목에서 내려가는 중산리 계곡 참 아름답습니다. 또 깁니다. 무지 깁니다. 내려가다 후끈거리는 등산화 벋고 계곡물에 발 담급니다. 아우 못참겠습니다. 정부교 선배님이 2회 김만회 선배님께 30초간 발 담그고 있으면 평생 술대접한다고 공언합니다. 김선배님 曰 “야 이 걸 못참아 가만 있어봐 들어간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24초간을 버티다 그냥 나옵니다. 뼈속까지 차가운 지리산 계곡물은 酒神 김만회 선배님의 술에 대한 애착과 의지를 여지없이 꺾고 몸을 물밖으로 내몹니다.
하산은 등산과 반대입니다. 내려와도 내려와도 중산리 출발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로기 직전인 1회 권해수 선배님께 거짓말 몇 번 합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신작로 나왔습니다. 페이브먼틉니다. 계속 속으시다가 결국 중산리 0.6km라는 표지판 보고 이젠 안속으십니다. 그런데 몇백m를 가면서 3군데를 봤는데도 3군데 똑같이 0.6km입니다. 더 열받으십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걸어 내려 가셔야죠.내려오시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양주 폭탄주는 됐고 소폭(소주+맥주) 한잔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니 결국 내려가셔서 마른 목젖에 소폭 한잔 걸치시고 12시간의 산행을 끝내셨습니다. 지리산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오는 어려움을 잘 알려줬습니다. 올해 제가 꺾인 40에서 한살 더 먹었습니다, 하하.
이제 버스를 불러 다음날 산행을 위해 합천 해인사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출발합니다. 내일 산행은 다음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박3일 지리산 산행기-
밤 10시 강릉 도립병원 앞으로 급히 차를 몹니다. 약이며(사실 전 통풍이 있습니다) 우비며 스틱이며,,, 주섬주섬 챙기다보니 벌써 9시 55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급히 차를 대고 버스에 오르니 낮익은 선배님들보다 낮설은 선배님들이 더 많습니다. 일단 인사를 드리고 나니 마지막 승차자 13회 박학진 선배가 오르고 대굴령을 향해 버스는 출발합니다 .
6월 4일 토요일 밤 10시 10분.
현충일로 이어진 2박3일간의 지리산 산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승대 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기부 물목이 낭송되고 습니다. 000동문 소주 2짝, 000동문 현금 10만원과 음료수 한박스등등... 먹을 것 많습니다. 버스 앞쪽은 진지한(?) 세레머니가 진행되고 있지만 뒤쪽은 분위기 쥑입니다. 캬아... 술잔이 돌고, 알맞게 삶아 데친 무네(표준말은 문어, 영어로는 Octopus)를 꺼내 초장에 찍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 맛이란... 술이 술술 넘어갑니다.
한병 두병(이 병은 플라스틱 병으로 350ml가 아니라 500ml입니다)잘 넘어갑니다. 술자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약간의 소란을 틈타 들뜬 분위기를 잠재우려는 시도가 몇 번 이어졌지만 택도(이것도 표준말로하면 턱입니다) 없습니다. 술잔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돌아갑니다. 그러나 32명의 탑승 동문과 가족 가운데 10여명의 여성분들의 피부미용을 고려하여 12시까지만 마시고 술자리를 접기로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꿋꿋한 황환구 선배님 이하 7회 선배님들은 어둠속에서도 술잔을 찾고 돌립니다(暗中摸盞). 몇몇 선배님들은 자는 척하다 결국 술잔을 받고 어둠속에서 모의를 계속합니다... 그렇지만 즐겁습니다. 시간은 흘러, 버스는 달려, 덕유산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운전기사의 졸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제가 가끔씩 쓰던 관광버스 사고기사의 당사자가 제가 될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까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는 것입니다. 덕유산 휴게소를 10여분쯤 앞두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버스도 타고 있는 사람이 느낄 정도로 좌우로 흔들리고요. 운전기사가 졸고 있는 것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황환구 부회장인 선탑자로 나섭니다.
말 계속시킵니다. 그런데도 좁니다. 어찌 어찌 덕유산 휴게소로 들어갑니다.
커피사주며 운동시키며 꼬십니다. 조심해서 잘 가자고...나 참 조금 열받습니다. 그렇지만 어쩝니까. 아니면 제삿날이 다 한 날이 될텐데. 비굴한(?) 웃음을 날리며 버스에 오릅니다. 헤헤거리며 ....그런데 알고보니 이 운전사 서비스 정신도 운전기사로서의 자질도 대단히 부족합니다. 이상욱 선배님이 오는 도중 한소리 하셨답니다. 과속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이 운짱(저 열받았습니다.그래서 운짱으로 명칭 변경합니다) 시속 80km로만 갑니다. 4차선에서 달리지 말라고 했다고...그러나 어쩝니까. 꼬셔야지요. 헤헤거리며. 이 운짱 다음날 해인사에서 나오다 커브 틀면서 가로수와도 부딪칩니다. 물론 놀랬지만 32명 어떻합니까! 강릉까지 오려면 다시 헤헤거려야죠....아 씨 열 받습니다. 맨 뒤에 앉은 13회 박학진 선배님 한마디 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앞자리까지 들리게는 안합니다. 이럭저럭 해는 밝아오고 민족의 명산, 파르티잔의 향수가 느껴지는 지리산이 우리 눈앞에 펼쳐집니다.
출발 이틀째 6월 5일 아침 6시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다
새벽 5시쯤 중산리-산청군 중산리랍니다-에 도착합니다. 예약해 놓은 식당을 찾아갑니다. 용궁식당입니다. 참 내 지리산에 용궁식당이 멉니까? 이름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음식은 더 맘에 안듭니다. 5천원짜리 해장국이라고 멀---건 된장 국물에 무 시래기가 들어있는데 가위로 자른 듯 손가락 마디만 합니다. 반찬이라고는 묵김치와 콩자반 그리고 산채라고 내놓는데..산에 오를 때 배고플까봐 먹습니다. 산을 오르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절대 안먹습니다. 용궁에서는 아침 해장국을 이따위로 끌이는가 봅니다. 먹고 이닦고 볼일 보고 몸속의 번뇌들을 뚝-뚝 떨구고 산을 오릅니다. 지리산을 오릅니다. 초장부터 불뚝 섰습니다. 제께 아니고 산이 서 있습니다. 4.3km였든가 4.6km였든가 하여튼 정상 천왕봉까지는 4km는 넘습니다. 오르는 사람 무지 많습니다. 사람에 치여 뒷 사람 궁뎅이만 보고 오릅니다. 여기에 등산로는 다 파여지고 망가지다 보니 그냥 돌만 삐죽삐죽 나와 있습니다. 돌산입니다. 그냥 오릅니다. 처음에는 지리산에 오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돌에 발이 빠질까봐 신경쓰며 오르다보니 약간 신경질이 납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소금강이나 오대산등 영동지역 산 같은 곳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오르니 세속과 부처의 세상을 나눈다는 이제부터는 부처님 법이 통하는 세상이라는(아주 자의적인 해석입니다-그런데 맞나?) 법계사(法界寺)에 도착합니다. 이승대 회장님은 오늘도 구운 달걀을 참으로 내놓습니다. 찐 게 아니라 구워서 그런지 맛있습니다. 회장님의 정성이 겹쳐서 더 맛있고, 땀 빼고 올라와서 더 맛납니다. 소금을 많이 찍어도 짜지 않습니다. 꽤 많은 육수를 흘렸나 봅니다.
법계사 인근에서 바라본 중산리 전경 (휴대폰 카메라임)
이제부터 지리산은 더 각도를 더 세웁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등산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올라갑니다. 모선배님 오르시다 드디어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십니다. 자칭 타칭 15년간을 조기축구로 다져진 체력-체격은 그저 그렇습니다. 빵빵하시고 땅땅하시고, 그러나 아주머니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잡을 마스크를 소유하고 계십니다-을 자랑하시던 분입니다. 12회 태진아 선배님이십니다. 2회 김만회 선배님 한소리 하십니다. “뭐 이래, 체력 조기축구 야 이거 걷고 ...다 뻥이구만”. 이 말은 쉴 때마다 반복됐고 다시 중산리로 내려올 때까지 윤태진 선배님을 괴롭혔습니다. 물론 윤태진 선배님은 조기축구 근육과 등산근육은 다르시다며 항변하셨지만 별로 먹혀들지 않았구요..하하. 눈앞에 정상이 보이는데도 올라가니 그 자리고 올라가니 그 자리고, 여하간 5시간쯤 올랐습니다. 끝인가 했더니 웬걸 최대의 난코스가 나타났습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말그대로 발딱고개와 만난 것입니다. 다들 기가 질립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다른 방향으로 내려간다는데 아니면 낙오하는데. 기를 쓰고 올랐습니다. 사실 기어 올랐습니다. 한발 한발 오르다보니 ..아 정상입니다. 천왕봉 정상에 사람들이 빼곡합니다. 강릉말로 백지야립니다(이것 맞나 모르겠네). 정상 꼭데기까지 올라가 선배님들이 주시는 정상주 한잔하고 내려왔습니다. 1회 권오강 선배님 빠릅니다. 바윗돌만 있는 천왕봉 정상에서 사람으로 빠글빠글한 그 와중에서도 그늘을 찾아 절 부릅니다. 가자마자 배낭에서 500ml짜리 산 소주 한 병을 내놓습니다. 등산용 쇠 컵에 반 잔쯤 따릅니다. 그 때가 11시 30분쯤. 배도 고프고 한숨에 마십니다. 위에 들어가자마자 반응 무지 빠릅니다. 순식간에 찌리리 한게 ...좋습니다. 권선배님과 주거니 받거니 다 비웁니다. 휭 돕니다. 천왕봉에서 함안쪽을 바라보며 휴대폰 카메라로 몇장 찍습니다. 이제부터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감상합니다. 높습니다. 확 터졌습니다. 영산이라고 할만 합니다. 산 무지 큽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감응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맑은 날을 천왕봉 정상에서 만나기가 드물다며 운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안개에 쌓인 지리산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왜냐면 더우니까 그렇습니다. 하하
이제 땀을 식히고 32명은 장터목 산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사람이 워낙 많아 개천문(?)-틀렸으면 다른 분들이 고쳐 주시길-을 벋어나는데만 꽤 시간이 걸립니다. 장터목 산장에 못미쳐 모두 배들이 고파 도시락을 펼칩니다. 회장님이 마련하신 정성이 가득 담긴 약밥입니다. 너무 많이 담으셔서 다들 조금씩 남깁니다. 다음부터는 조금씩 담아주시길 부탁해--요. 3회 김만기 선배님이 나의 사랑 1L짜리 조니워커 까만거를 내놓습니다. 덥긴 하지만 잘도 넘어갑니다. 김만기 선배님은 모교에 재직하실 때 저희를 가르쳐 참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함안군 방향(?)
어렵습니다. 여하튼 잘 먹습니다. 금새 5병의 산 소주와 까만 조니워커가 위
속으로 사라집니다. 배가 든든하니 걸음도 가벼워 질 것 같았는데 웬걸 너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까지 능선을 걷는 코스가 개인적으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걷기도 편하고 능선을 끼고 걷는 결치도 그만이고요. 다음 지리산 등정때는 노고단으로 올라 능선을 따라 천왕봉으로 답사를 한번 하시죠. 제안합니다.
지리산 정상 고사목에 대한 단상
지리산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고사목이 서 있는 평평한 터를 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이승만 정권시절(?)인지, 해방이후인지, 주목을 베다 팔다 단속이 강화되자 벌목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고사목의 유래가 있고 그래서 이곳에는 더 이상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해발 1,900m에 올라와 나무를 벌목해 가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걸 나르자면 세상에나 굴리고 굴려도 ...불가능 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설사 벌목이 가능하다해도 이 험한 산중에 올라와 나무를 훔쳐 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부패한 관리와 협잡한 장사꾼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글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은 여하튼 파르티쟌의 정서가 묻어나오는 곳인 모양입니다.
천왕봉 정상 표시판 . 장터목 1.1km라고 써있다
장터목에서 다시 중산리 출발점까지
자 이제는 내려갈 시간입니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게 더 어렵습니다. 올라올 때도 느꼈지만 내려가려 하니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거기다 울퉁불퉁 모두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놨습니다. 무지 짜증납니다. 넘어질까 겁도 납니다.12회 윤태진 선배님 무릎의 통증 더 심해집니다. 스틱을 짚어도 돌에 부딧치며 쇠조각으로 칠판 긁는 소리가 납니다. 아 참아야하느니라. 정가파른 경사를 다 내려왔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부터 여기 저기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윤태진 선배님. 그래도 꾸준히 내려오십니다. 1회 권해수 선배님 . 아슬아슬하게 정상을 오르시고 또 내려오시던 권선배님 드디어 탈 났습니다. 다리에 힘없습니다. 그래도 관록으로 잘 내려가십니다. 김만기 선배님 사모님. 가장 씩씩하시던 이 분 다 내려와 다리에 쥐납니다. 제가 주물러 드리면 얻어 맞을 것 같아 참습니다. 이뿌십니다. 왜이러지 ^_^.
장터목에서 내려가는 중산리 계곡 참 아름답습니다. 또 깁니다. 무지 깁니다. 내려가다 후끈거리는 등산화 벋고 계곡물에 발 담급니다. 아우 못참겠습니다. 정부교 선배님이 2회 김만회 선배님께 30초간 발 담그고 있으면 평생 술대접한다고 공언합니다. 김선배님 曰 “야 이 걸 못참아 가만 있어봐 들어간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24초간을 버티다 그냥 나옵니다. 뼈속까지 차가운 지리산 계곡물은 酒神 김만회 선배님의 술에 대한 애착과 의지를 여지없이 꺾고 몸을 물밖으로 내몹니다.
하산은 등산과 반대입니다. 내려와도 내려와도 중산리 출발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로기 직전인 1회 권해수 선배님께 거짓말 몇 번 합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신작로 나왔습니다. 페이브먼틉니다. 계속 속으시다가 결국 중산리 0.6km라는 표지판 보고 이젠 안속으십니다. 그런데 몇백m를 가면서 3군데를 봤는데도 3군데 똑같이 0.6km입니다. 더 열받으십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걸어 내려 가셔야죠.내려오시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양주 폭탄주는 됐고 소폭(소주+맥주) 한잔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니 결국 내려가셔서 마른 목젖에 소폭 한잔 걸치시고 12시간의 산행을 끝내셨습니다. 지리산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오는 어려움을 잘 알려줬습니다. 올해 제가 꺾인 40에서 한살 더 먹었습니다, 하하.
이제 버스를 불러 다음날 산행을 위해 합천 해인사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출발합니다. 내일 산행은 다음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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