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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데모에 대한 두 가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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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6기 장성열
댓글 0건 조회 252회 작성일 06-01-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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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하면 떠 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관제 데모였고, 하나는 대학 시절 수업 거부 데모였다.
그럼 한가지 씩 기억을 되살려 보자.


[1]

두번째 시간이 끝나자 갑자기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야...나가자"
나는 영문을 모른채 어안이 벙벙했다.
"왜 나가는데?"
옆 자리 놈에게 물어 보았다.
"나도 몰라. 실장이 데모 한다고 나오래."
그러나 나는 나갈 수가 없었다.
이 학교에 전학 온 지가 몇 일 되지 않아서 교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월요일 조회 시간에도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서 나가지 않았으니 괜찮을듯 싶어서 아이들따라서 나가지 않았다.
그것이 실수였다.
나는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연대장을 교단에 앞세우고 유신 지지와 반공 구호를 외치고 따라 하는 것을 교실문을 열어 놓고 무심히 보고 있었다.
대대장 몇 놈은 연필 깍는 칼로 손가락을 베어서 혈서까지 쓰고 지랄들이었다.
"웃기고 있네"
나는 괜시리 웃음이 흘러 나와 혼자서 중얼 거렸다.
"넌 뭐야?"
갑자기 덩치 큰 선생이 나를 가로 막고 다짜 고짜로 물었었다.
"......"
갑자기 내가 누군지 묻길래 대답할 말이 없었다.
교복은 입지 않았지만 교련복을 입고 있어서 이 학교 학생임을 알텐데 왜 선생이 그렇게 물어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였다.
"저...학생인데요."
잠시후 나는 이렇게 대답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학생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 대답이 화근이었다.
"이 새끼 봐라."
"너 강고에서 전학 온 놈이지?"
"너 반항 하는 거야? 너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와."
내 대답이 그 선생에게는 반항하는 걸로 들렸나 보았다.
학생이 학생이라고 대답한 것이 무엇이 잘못 되었다는 말인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내 자리로 돌아 오기 위해서 책상 사이로 걸어 들어 오는데 누군가가 다리로 나를 막았다.
우리반 실장이자 학교 연대장 놈이었다.
"......"
나는 말 없이 놈의 다리 앞에 서 있어야 했다.
"너 체육 선생에게 반항 했다면서?"
"...."
나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도무지 골 때리는 학교 였다.
선생과의 일을 어느새 학생이 알았고, 그것 때문에 선생 대신에 나무라는 학생이라니.
"너! 데모에는 왜 안나왔어?"
놈은 마치 선생이 학생을 꾸짖는 것처럼 나에게 대했다.
"비켜라."
나는 놈의 다리를 밀어 버리고 한 발자욱 내 딛었다.
그러자 뒤에서 놈의 주먹이 날아 왔다.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고는 멍해 있었다.
"따라와.새꺄."
놈의 뒤를 따라서 옥상 계단을 올라 가는데 어느새 알았는지 대대장 몇놈이 나를 따르고 있었다.
이대로 따라 가서는 몰매를 맞고 엉망이 될 것이 뻔했다.
전학 온 지 몇일이 되었다고 아이들에게 맞는 다는 말인가.
그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먼저 선방을 날려야만 이 위기에서 벗어 날 수가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 가는 연대장 놈을 따라 올라 가 갑자기 주먹을 날렸다.
놈이 내 주먹에 맞고 뒷걸음 치며 계단을 올라 갈때마다 나도 한 계단씩 따라 올라 가며 주먹질을 했다.
뒤에 오는 놈들이 말릴 틈도 없었다.
서너방의 내 주먹질에 놈은 완전히 뻣어 버렸다.
계단 중간에서 놈을 쓰러 뜨리고 밑에서 어리둥절 해 있는 대대장 놈들을 내려다 보았다.
내 주먹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체육 선생 앞에 서야 했다.
"너 이새끼 순 악질이구나."
체육 선생은 잡아 먹을 듯 나를 노려 보았다.
"너 그 학교에서 뭐하다 왔어?"
"좀 놀다 왔습니다."
나는 굳이 그 선생에게는 사실대로 말하기 싫었다.
무차별 폭행이 나에게 쏟아 졌다.
태권도를 했다는 그 선생의 발차기는 놀라게도 나의 급소만 골라서 걷어 찼다.
나는 욱욱 비명 소리를 지르면서 깨달았었다.
역시 이 학교는 삼류였다.
"에이 씨팔!"
나는 기여코 욕지거리를 한 마디 내뱉고 교무실에서 나와 버렸다.
굳이 내가 변명을 하자면, 나는 그때 선생에게 맞는 것이 겁나서 거기를 도망쳐 나온 것이 아니였다.
나는 그 학교에 다닐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학교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
나중에 졸업장도 친구가 대신해 가져다 주었으나, 나는 그 자리에서 졸업장을 찢어 버렸다.

먼 친척이었던 담임 선생님 덕분에 다행히 졸업장은 받을 수가 있었고, 나는 그길로 서울로 올라 가 종로 2 가 학원에 단과반으로 등록을 했다.
나는 공부를 하기위해서 서울로 간 것이 아니라, 예비고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고등학교 3 학년 으로서는 학교가 아니라면 거기 밖에 갈 곳이 없어서였다.

몇년전 묵호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갔다가 바다가에서 그때 연대장 놈을 만날 수 있었다.
놈은 어부가 되어 있었다.
놈은 까매진 얼굴 사이로 하얀 이를 들어 내며 웃으면서 말했다.
"오랫만이다."
우리 둘은 반갑게 인사를 했었다.
놈을 바다에서 만났다는 것이 의외였다.
세월은 그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2]

"형...오늘 수업 거부인거 알지?"
"어..알고 있어."
과 대표 놈의 말에 내 대답은 힘이 없었다.
나는 전두환 정권의 군사 독제 때문에 오늘 수업 거부 데모를 한다는 것은 미리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하필이면 번식학 시간이었다.
내가 유난히 번식학을 열심히 했고 그것으로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싶었었다.
그 수업에 빠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수업에 들어 간다면 과 아이들의 나에 대한 신뢰가 깨어 질 것이 뻔했다.
과의 최고 고참으로서 그 동안 내가 쌓아 왔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 질 것이었다.
그러나 수업에는 들어 가야 했다.
전두환 정권의 군사 독제는 미웠지만 수업을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수업에 들어 가자 전공 선택으로 수업을 받으러 온 낙농과 여학생과 나 둘 뿐이었다.
교수님의 출석을 불렀다.
"장성열"
"장성열"
"장성열"
내 차례가 되자 교수님은 세번이나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과 아이들과의 의리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그 학기 성적표를 받아 보았더니 전공 과목중에서 다른 것들은 전부 에이 플라스 였는데 번식학 만큼은 에이제로 였다.
수업에 한시간 빠져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 였다.

그때 나에게 수업거부를 부추기던 과대표 놈은 학교의 추천을 받아 축산과 출신으로는 드믈게 축협중앙회에 취직이 되어 갔다.
역시 약아 빠진 놈은 무엇인가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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