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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동기회

공지사항 강릉고 22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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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22기 고석재
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07-07-0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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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축시

졸업,그리고 20년 후

-강릉고 22기를 위하여-


김남돈



노암동 골짝 잔설이 남아있던

아직은 매서운 갈기비람이 귓전을 때릴

1985년 2월

우리 모두는

남대천 새끼 연어처럼 떠났다.

세상이란 넓은 바다를 향해

본능처럼 지느러미를 움직여

나아간 곳은

상아탑이 아니라

동해바다보다 시퍼런 삶이었다.


노란 민들레처럼 피어오른 청춘의 열정도

제비꽃마냥 지천으로 돋아났던 지적 열망도

80년의 암울함에 휩싸여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을 때

발걸음은 어느 새

현실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봄이 왔다.

금산의 하얀 목련이 떨어지고,

사천의 진달래 산등성이,

경포대의 벚꽃이 파릇한 빛으로 바뀐 5월

다시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모교의 다사로운 품을 찿아

우리들은 다시 모였다.


강산이 두번이나 바뀐 20년이란 세월의 나이에도

우리들의 고향 강릉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연곡의 풋풋한 흙냄새를 맡아가며

눈에 아롱진 영진의 푸르름을 지나

주문진항 난전에 쭈구리고 앉아

오징어를 질겅대며

나는 오늘

소주 한 잔을 털어 넣는다.


친구야,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이 단어를 가슴에 새기며 살았다.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는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던 것은

우정의 바램이 아니라,

삶의 팍팍함이었다.

대관령 함박꽃이 산등겡이를 수무 번이나 물들이는 동안

우리들은 어디에 있었던가?

기억속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들

누구는 마흔의 나이를 미혹 되지 않음이라 했다는데

친구야, 나는 오늘도 흔들리고 있다

너를 보는 순간 내 시선은 떨리고 있다.


선생님,

당신의 이름을 불러볼 때마다

늘 가슴 설레게 되는 것은,

가시고기처럼 우리들을 싸안았던

사랑 때문이랍니다.

눈 멀고,귀 감아야 했던 그 시절

당신들은

세상을 직시하는 눈이 되고

삶의 소리를 인지하는 귀가 되어 주셨죠

이제 당신들의 제자들이 모여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을 떠올려봅니다.

교과서를 가지고 배울 나이가 훌쩍 지났건만

국어교과서의 바랜 표지가 그리워지는 것은

결코 저희들의 배움이 짧아서가 아닙니다.

뜨샌 구들같은 질책이 귀에 쟁쟁하는 건

몸가짐과 수신이 덜 세워져서가 아닐겝니다.

아직은 얕은 우리들의 뿌리가

모교 언덕의 소나무처럼

깊게 뿌리 내릴 때까지

선생님

저희들을 기다려주십시오.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세월이란 이끼가 지나간 기억들을

예쁘게 덧칠해 주기 때문이다.

모교,

우리들의 모교

강릉고등학교여

힘없는 발걸음이 현실의 막막함에서 방황할 때마다

너는 오롯이 우리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은빛 찬란한 너의상징은

내 자존심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꼿꼿함으로 살아올 수 있던 등마루였다.

니의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눈 내리고

모래바람 휘몰아쳐도

너를 향한 우리들의

애틋함은 멈출 수 없다.


다시금

새끼 연어가 되어 떠나고 싶다.

새파란 동해를 향해 겁 없이 떠났던 아기연어 마냥

시간과 공간이란 두 좌표 위에

우리들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자맥질치고 싶다.

그리하여

배에가득

생명을 담은 어미 연어가 되어

단오 난장처럼 춤을 추며

미친 듯이 돌아오는 그 날까지

모교,

선생님,

친구들이여,

우리들의 마음

우리들의 기억

우리들의 그리움

우리들의 세포속에

영원하라.





-이 보잘 것 없는 시를 모교와 우리들이 기억하는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함께 공부했던 나의 동무들에게 바칩니다.

2005년 5월 7일

김남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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