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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동기회

자유게시판 압록강의 물을 다시 마시자! 마시자! 마! 시! 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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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7기 최승규
댓글 0건 조회 509회 작성일 08-08-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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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의 물을 다시 마시자! 마시자! 마! 시! 자!(후기)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한 큰 녀석은 밤새 뒤척이며 한숨도 못자고 열이 39도로 오르내리며 괴로워하여 젖은 물수건 이마에 올려주고 병원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밤을 꼬박 세웠다


덩치는 아빠보다 큰 녀석이라 여간해서 아프지도 않던 아이가 시험 압박을
받는 모양이다.
약을 먹여놓고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짧은 시간 갈등이 마음을 짖누르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아픈데 어미가 어딜 간단 말인가?순간 주최 측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약속은 정해졌기에 작은아이가 걱정 말고 다녀오시라는 성화에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 김남홍씨 부부와 합승하여 고속도로 달리자 한숨이
돌려진다.

전날 하늘(남편)은 지방에서 오신 손님덕분에
술에 젖은 몸은 해독이 덜 되어 남홍씨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진접을 지나 일동으로 들어서자 미개발지역인 듯 자연 그대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반갑게 맞이한다.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달리는 철원의 동송읍
처서가 지나서인지 만물은 겨우내 준비를 위해 분주하고 날씨도 이에 동조하여 화창하기만하다.
빨갛게 익은 고추는 고향의 정취를 풍기고, 참깨의 꽃은 핑크빛 향기를
느끼게 한다

텃밭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호박잎을 보며 별미의 찬거리가 생각나는 건
아줌마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보다.

드디어 목적지인 관사로 들어서자 작은 체구와 달리 온화한 미소에 카리스마
넘쳐 보이는 김병주연대장님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당번병인 듯한 귀여운 병사들(이수씨가 젤로 좋아함)이 차와 과일을 내어와
잠시 더위를 식히며 군부대안 모습을 찬찬히 둘러 본 나는
우리 아들이 군대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잠시 후 연대장님의 군용차(1호차, 이후 짚차로 부름)를 올라타자 기분이 묘했다
지역 특성상 군인이 많았던 내 고향은 가평이다.
어릴적 짚차를 많이 보기는 했으나 직접 타 보기는 처음이다.

이것도 시집 잘 가 남편 좋은 친구 둔 덕분이라는 우스개 소리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연대 지성인이며 얼짱 이라는 운전병이 오자 젊은 오빠가 손 잡아줘야 내릴
수 있다며 연약한척하는 이수씨(만두부인) 말에
우릴 폭탄웃음으로 기절시키고야 조용해진다

그 덕분에 나(승규마눌)와 늘 조용하고 내조 잘하는 근남(남홍마눌)씨는
웃음으로 스트레스 확 날렸다

짚차의 특성은 창문이 비닐이며 뒷좌석 의자가 옆으로 놓여있고
실내등은 아주 작은 것이어서 궁금했는데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함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일행 모두가 허기진 배를 달래며 한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다.
식당 이름은 “아나까워”(푸짐하게 줘도 아깝지 않다는 뜻일까?)
안으로 들어서자 맛깔스럽게 차려진 밥상은 군침을 흘리고도 남았다.
얼큰한 매운탕 안에 메기 3마리씩 올라앉아 우릴 기다렸다.
철원 오대쌀로 지은 밥과 함께 어우러진 매운탕은 정말 “맛이 끝내줘요!”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평생 한번 타 볼까 말까하는 짚차에 올라 최전방으로 향했다.
시원스런 철원평야를 지나 20여분 뒤 우리 일행은 제2땅굴에 도착하였고, 땅굴발견 과정에 북한군이 설치한 폭발물에 숨진 8명의 장병에 묵념을 하였고, 이어 소대장(일반관광객은 사병들이 한다고 함)의 브리핑과 안내를 받아 무사히(몇 명은 땅굴천정에 부딪쳐 안전모가 벗겨지기도 함) 땅굴견학을 마쳤다.

다시 이동하여 우리나라에서 북한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세곳 중 하나인 평화의 전망대에 도착, 김병주연대장님의 직접 브리핑(연대장은 별3개 이상의 직위시에 브리핑을 한다고 함, 일반관광객은 2층 전망대를 이용하지만 우린 더 잘
보이는 귀빈용 3층전망대를 이용)을 받았는데,
이곳은 궁예가 30여년간 백제의 부흥을 꿈꾸다 멸망한 곳이며, 6.25때 철원을 빼앗겨 김일성이 이틀을 통곡했다는 설명과 제6사단이 있기에 지금껏 강건한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는 말씀에 우린 고마움을 잊고 살아온 스스로가 부끄러워 잠시 숙연해지며,
감사한 마음에 박수가 터졌고, 시원한 냉커피와 함께 전망대 관람을 끝냈다.

이후 월정리역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와 해방이후 전쟁전까지 북한에서
이용한 노동당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한방 찰칵!

저녁 회식을 위해 이동한 장소는 본부포대라는데 “청 포정”이란 한자가 우릴
안내한다.
그곳은 아마도 군 관계 고위직들께서 쉬었다 가는 곳으로 연대장 사모님께서
미리 오셔서 우릴 안내하는 환한 모습은 정겹게 느껴지는 예쁜 얼굴이다.

큰 호수가 있고 숲이 울창한 팔각정자 안은
정가운데 물이 흐르고 그 위 올라 앉아 바베큐 파티를 열 모양이다.
그야말로 물 맑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한 열흘은 쉬면서 시 한수 지어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에서 빠져 나올 줄 모르고, 이 모두 성심껏 준비한 연대장님,
회장.총무님등 모두에게 감사 할 뿐이다.

이곳에서 우리일행은 “압록강 물을 다시 마시자!”라는 선창에 “마시자! 마시자! 마! 시! 자!”로 목청껏 외치며, 술과 고기-철원돼지고기가 유명하다고 하는 데 실제로도 정말 맛이 좋았다- 과일등으로 푸짐하게, 속된 말로 배터지게 먹었다.(강고아~들과 마눌들이라서인지 그날건배구호는 연습 한 번 없이도 회식 끝날
때 까지 한목소리로 나옴-고문관이 없었다는 말)

이어서 숙소로 이동, 2층방을 배정받고 여장을 풀고는 곧바로 1층에 위치한
호프집에 모였다. 오늘은 베이징올림픽 우리나라와 쿠바가 야구 결승하는
날인 데 2대1로 이기고 있었다.
호프 한잔 앞에 놓고 응원가를 부르며 지켜보았다.

드디어 금메달! 환호성이 터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지르며, 열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6.25난리는 난리도 아닌 듯 했다.


이튼날 아침 압록강회관에서 모두 모여 조찬을 함께하며 가을 단풍에 다시한번 자릴 마련하자며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참깨 꽃이 하늘거리는 계절에 강고17기 동문들의 가정은 행복이 알알이 열려 고소한 냄새로 사랑을 나누는 가정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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