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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동기회

자유게시판 자신을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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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공
댓글 0건 조회 661회 작성일 09-03-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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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없이 자신을 속이며 살았다. 나는 좋은 선생, 좋은 학자, 좋은 동료가 되고 싶었다. 좋은 선생이란 학생들에게 너그럽고 인자하고 존경을 받는 그런 선생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에 신경이 쓰였다. 안 좋은 모습을 보일까 봐 전전 긍긍 했다.
1997년 어느 날 연구발표 시간에 몇몇 학생들이 무단으로 빠졌다. "선생인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사전 허락도 없이 참석을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났다. 괘심 했으나 불러서 뭐라고 하면 내가 옹졸하게 비쳐 질까 봐 그냥 참고 넘겼다. 결국 학생들에게 옹졸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신을 속였다.
2000년 어느 날 또 몇몇 학생들이 무단으로 빠졌다. 자존심이 구겨 졌다. 그러나 젊잖게 메일을 보냈다. 이런 무례한 행동은 너희들을 위해 안 좋으니 사전 양해를 구하라고 ... 또 자신을 속였다. 자존심이 상한 것을 감추고 학생의 잘못을 타이르는 좋은 선생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위장을 한 것이다.
2006년 어느날 같은 일에 대해 자신에 솔직해 지자고 메일을 보냈다. “너희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니 다음부터 부득이한 일이 있으면 사전에 양해를 구해주기 바란다.” 라고 …, 내가 망가짐으로써 학생들은 그 이후 조심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은 내가 지어서 붙인 마음(심)이니 스스로 존재 (자존)하는 진정한 나를 자신이 부정하는 하는 꼴이 되었다. 신성한 "자존"에 "심"이 붙어 "자존심"이 상한 것이니 "심"을 떼어 버리면 그만이다. "심" 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메일을 보내든, 안 보내든 겉으로는 위의 경우와 같지만 실상은 천양지차이다. 붙은 마음만 잘 살피고 살아도 평안한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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