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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회 동기회

자유게시판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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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승엽
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11-10-1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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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기회 홈페이지에 들렸는데 김태범 친구가 홈피지기로 수고를 해 주시는데대해 고맙게 생각하면서,
최근 나의 근황을 게시판에 올리니 홈피를 방문하는 친구들은 일거 보시길.
올 2011년 7월 원주에 있는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장을 퇴임하고 이제는 텃밭농사를 짓는 농부로 귀거래사를 읊고 있답니다.
농사경력이 있는 동기 친구들의 많은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위의 글은 지난 9월에 다녀 온 스위스 융프라우 기행수필이고 다음 글은 텃밭농사 일기를 올립니다.

텃밭 농사
신 승 엽

농사라곤 평생 어릴 적에 아버님을 도와 김장 배추를 심어 본 기억 밖에 없는 내가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올해 퇴임하면 어떤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아침에 운동을 같이하는 P국장께서 5월 어느 날 아침 밭 구경을 가자고해서 따라나섰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밭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1킬로미터 쯤 떨어진 아주 가까운 곳이다. 자전거로 5분밖에 안되는 거리다. 국장님이 밭을 갈아 놓아 일하기가 쉬울 것 같아 30평을 줄 테니 채소를 심어 보라는 제안에, 그 절반인 열다섯 평은 심어 보마고 그 자리에서 대답을 했다.
자 이제 땅이 있으니 너무 늦기 전에 고추나 상추 같은 채소를 심어야 될 터였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 사위를 독촉하여 미리 뿌려둔 유기질 거름을 골고루 석어 주고 이랑을 만들고는 비닐로 뒤집어 씌워 놓았다. 그 다음 주에는 아침 시장에 나가 상추, 쑥갓, 청경채, 치커리 같은 잎채소와 고추며 방울토마토, 호박, 가지 같은 열매채소들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을 주어 가며 정성껏 심었다. 심은 다음 며칠 동안을 잘 관찰하면서 가물 땐 물을 주고 모살이를 한 뒤엔 채소용 복합 비료도 주고 했더니 봄 가뭄에도 싱싱하게 잘 자랐다. 주중에는 원주에서 근무하다 주말에 집에 오는 터라 주말에는 꼭 열다섯 평 밭을 빠지지 않고 찾아서 손질을 해주었다.
밭에는 고추나 상추가 모살이를 못하여 이 빠진것 같이 듬성듬성 하여 보기가 흉했는데 마침 이웃에서 ‘나무아저씨 농장’을 하시는 K 선배가 옥수수 모종을 주셔서 50 그루를 밭 가장자리에 심었다. 또 빈자리에는 옆에서 콩을 심던 분이 서리태 콩을 한 줌 나눠 주시면서 심어 보라하셔서 심었다. 이렇게 밭에다가 한 가지 두 가지 심어 가니 온 밭에 푸른 농작물들로 가득찬 것이 보기 좋았다. 한참 여름에는 마치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꽃 밭 같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나중에 손 곱아 보니 열다섯 평에 심어져 있는 콩부터 배추 까지 심겨진 작물의 종류가 열다섯 가지가 넘었다.
아침, 저녁 시간만 나면 텃밭에 가서 상추를 뜯고 고추를 따고 호박, 가지를 따가지고 집에 오면 아내가 제일 반가워한다. 올 여름은 긴 장마에 채소 값이 상당히 비싸서 시장에서 상추, 고추가 금값이었다. 그래도 우리 집 식탁에는 정성껏 가꾼 싱싱한 무농약, 무공해 채소가 항상 올라오니 그 만족감이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직접 내 손으로 키운 농작물을 내 식구들이 먹는 기쁨이란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만족감이었다. 농부들이 농작물을 거두며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감히 텃밭 농사꾼, 왕 초보농군인 내가 평생의 생업으로 농사를 짓는 「농자 천하지 대본」의 그 천직이농사인 농업인들과 견줄 수야 없었지만…
여름이 무르익어가며 옥수수는 무럭무럭 자라 개꼬리가 나오고 옥수수수염도 나왔다. 중학교 때 농업시간에 옥수수는 비료를 많이 주어야 한다고 배운 기억이 나서 비료를 자주 주었다. 8월 초가 되니 옥수수수염이 많이 말라서 먼저 열통 정도를 따다가 그날 저녁 바로 삶아서 맛을 보았다. 그 맛 이란 얼마나 달고 감칠맛이 나는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평생 먹어 본 옥수수 중에서 제일 맛있다는 둘째 딸의 표현 그대로였다. 내 손으로 직접 키운 낱알 곡식을 처음 먹어 본다는 기쁨이 그 맛을 배가 시켰다.
옥수수를 다 따내고 베어낸 다음 그 자리에는 무를 심었다. 여름내 긴 장맛비에 다 녹아 버린 상추와 토마토 같은 여름 채소들을 다 뽑아내고 그 자리에는 배추를 심었다. 포트에 기른 배추를 심어 보는 일도 처음 이라 언제 어떻게 심어야 할지 잘 몰랐다. 연습장에 나와서 대화를 하시는 선배 농사 전문가-물론 부업으로 하시는-들의 도움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다가 정성스럽게 심었더니 오십 포기 중에 서른 포기가 살아남아 지금은 온 밭을 푸르게 덮었다. 배추 농사는 팔월 십오일 경에 본밭에 심어야 한다는 말을 잘 기억했다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제때에 심었다. 비료는 밑거름을 주지 못하고 모살이를 한 다음 가축두엄 발효시킨 거름을 충분히 주었다. 토양살충제는 흙과 고루 섞어서 밭두렁을 지은 다음에 심어야 하는데 미리 비닐을 씌워 놓은 뒤라 나중에 고루 뿌려 주었다. 배추 모종을 밭에 심을 때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물을 주었다. 마침 약간 가물었던 터라 배추 모살이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 밭에 가 보면 이웃에 오랜 경험이 있는 분들이 가꾸는 배추와 큰 차이가 없이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고 있다. 오늘이 시월초하루인데 벌써 배추속이 가득하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수확을 해서 김장을 담아도 될 정도로 잘 자랐다. 주위에서 농사를 처음 짓는데 배추가 잘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텃밭 농부, 초보 농사꾼으로서 큰 보람도 느낀다. 어깨너머로 배운 농사 요령이 우연히 잘 들어맞았을 뿐이다. 특별히 비료 주는데 힘을 쏟았다. 아내가 쌀겨를 발효시켜 막걸리를 만들어 준 것을 서너 번 잎에 뿌려 준 것이 큰 효과를 본 것 같다. 막걸리를 잎에 뿌려주고 나면 배추 잎이 기운차게 양팔을 벌리고 고맙습니다. 하고 화답하는 것 같았다.
이 달 시월 말이면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맛있게 담아서 식구들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노란 배추 속에 빨강 양념을 넣어 한 잎 배추김치 쌈을 먹던 어릴 적 생각이 절로난다. 김장김치 버무린 한 포기 한 포기를 항아리에 정성껏 집어넣으면 한 해 겨울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우리네 겨울나기에 중요했던 김장담기가, 이제는 아파트 위주의 주거 문화와 맞벌이가 대부분인 가정 형편 때문에 지금은 나이든 세대의 전유물처럼 되어 버렸다. 요즘 젊은 세대의 가정에서는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김치를 사다가 먹는다. 열다섯 평이 채 못 되는 텃밭에서 알차게 속이 차며 커가는 배추들을 보며, 내년에도 계속 텃밭 농사를 지어야지 하고 다짐을 해 본다.

(약 력)
영월부군수, 강원도감사관 지냄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장 지냄
강원도공무원문학회장 지냄
강원수필문학회 감사
한국문협, 강원문협, 춘천문협, 평창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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