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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달갱이 이야기<4>

작성자 백충기

등록일 2019.09.10

조회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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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달갱이 이야기<4>

()가 세었던 우리 막내누님은 언젠가 달선이가 나를 울렸다고 우리 집 뜰 앞에서 세워놓고 뺨따구를 철썩 후려갈겼던 적이 있었는데 달선이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우물거리며 꽁무니를 뺐다. 나이로 따지면 달선이 누님보다 한 살 아래였으니 같은 또래였지만 누님은 달선이를 사람 취급도 안했으니... ㅎㅎ
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우리들은 봄가을로 학교에서 노란 색깔의 산토닝을 나누어주고는 변에 섞여 나온 회충을 세어오라고 하여 땅바닥에 변을 보고는 나뭇가지를 꺾어 변을 뒤척거리며 마릿수를 세던....
달선이 언제였던가 우리 뜨락에서 목이 간지럽다고 목을 잡고 캑캑거리더니 허연 지렁이 같은 것을 토해낸다. 땅바닥에 떨어져서도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커다란 회충이었는데 뱃속에 얼마나 회충이 많았으면 목구멍 위까지 찼을까? 저 똥똥한 뱃속에는 회충이 수 백 마리는 들었을 것이라고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산토닝을 나누어주기 전에 변 검사를 먼저 했고, 어떤 때는 산토닝을 먹은 이튿날 변을 보면 변이 아니라 온통 허옇게 우글거리는 회충이 한 사발 나왔던 기억도 있다.
나는 뜨락에 떨어진 달식이 회충을 나무집게로 집어다 버리며 달선이에게 그 산토닝을 한 번 먹였으면 뱃속의 회충을 모두 죽일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며 불쌍하게 여기던 기억이 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 군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러 고향 강릉엘 갔었는데 신체검사장에서 그 달선이를 만날 줄이야~~. 서른도 훌쩍 넘은 달선이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것도 신기했지만 이사를 간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하고 종내 무소식이었는데 10여 년 만에 거기에서 만난 것이다. 그때까지도 달선이는 조그맣고 똥똥한, 꾀죄죄한 옷차림과 모습이 예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차마 옛날처럼 '달선아~' 하고 부르지는 못하고어이구 형님도 왔어요?’했더니 힐긋 곁눈질로 쳐다보고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우물거린다.
신체검사를 위해 옷을 벗고 팬티차림으로 모였는데 달선이는 온몸에 때가 덕지덕지 앉은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빨지 않아서 싯누런 팬티의 뒤쪽이 찢어져서 궁둥이 골짜구니가 다 드러나 보이니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며 쿡쿡거린다. 물론 나는 갑종(甲種) 합격이었고 달선이는 몇 번 째 인지 다시 병종(丙種) 판정을 받았다. 달갱이와 나와의 인연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은 후 스물아홉에 장가를 갔는데 처가가 강릉 송정동(松亭洞)이었다. 는 인천에서 대학을 나와 경기도 가평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었는데 고향 강릉에 살던 누님이 참한 색시가 있다고.... 중매가 들어왔으니 선을 보자고 나를 강릉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맞선을 보고, 약혼식을 하고... 결혼 후 나중 들어보니 내 중매를 선 사람이 달선이 어머니라고 하였다.
어디로 어떻게 떠돌았는지 결혼당시 달선이네는 처갓집 동네 송정동의 버려진 조그만 토담집에서 살았는데 달식이는 어디서 아이가 하나 딸린 과부를 데려와 어머니와 함께 네 식구가 살았다고 한다. 사람에게 후일 들으니 달선이는 그때까지도 마을에서 제대로 사람대접을 못 받은 모양이었지만 달선이 어머니는 점도 잘보고 아는 소리도 제법 하는... 동네에서 괜찮은, 유식한 노인네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집사람이 처녀시절 가난하게 사는 달선이네가 불쌍하여 감자도 한 소쿠리 가져다주곤 했다는데 달선이 어머니가 색시가 너무 맘씨도 좋고 예쁘게 생겼으니 중매를 하고 싶다고...
우리 윗집에 살던, 공부 잘하여 강릉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가평에서 선생을 하는... 집사람 이야기로, 달선이네는 가난할뿐더러 타동네에서 굴러 들어온 떠돌이로 아들도 신통찮고 하여 별 시러베 같은 소리를 한다고 속으로 웃었다는데 그 중매가 결실을 맺을 줄이야...
송정동에서 비교적 경제사정이 넉넉했던 처가의 3남매 중 막내딸이었던 집사람은 수십 번 맞선을 보고 퇴짜를 놓곤 했다는데 그 시답잖은 달선이 어머니의 중매로 결혼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한다.
인천에서 공부하고, 수많은 여선생님들의 관심을 끌던 내가 결국 고향의 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달선이 어머니의 중매로... 세상은 넓고도 좁고, 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의 연속이다. 아쉬운 것은 결혼을 하면서도 달선이나, 중매를 섰던 달선이 어머니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던 일이다.<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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