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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달갱이 이야기<2>

작성자 백충기

등록일 2019.09.10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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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달갱이 이야기<2>

우리 아랫집 장씨네는 피란민이 아닌 토박이 부부로 남매를 두었는데 부인은 우리 어머니 연배였다
. 장씨 아저씨는 어디가 아팠는지 논밭일은 물론 바깥출입도 어려워서 항상 방안에 누워 앓았다.
아들인 달선이는 우리 막내누님보다 한 살 아래로 나보다 열 살이나 나이가 많았는데 조금 부족한 부분있었다. 열 살이나 아래인 내가달선아 놀자~’하고 부르면 냉큼 나와서 나하고 돌아다니며 놀았다. 네 사람들은 달선이를 곤달갱이(곯은/썩은 계란)’라고 부르며 놀리곤 했는데 동네사람들 이야기처럼 혀가 좀 짧은 탓인지 발음이 분명치 않고 때때거렸다. 그러나 달선이 여동생은 두 살 아래였는데 얼굴도 예쁘장하고 제법 똑똑해서 오빠와는 다르다고들 하였다
.

달선이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주변머리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좀 엉큼한 구석이 있는 여편네였다
. 저녁이면 우리 집으로 자주 마실을 오곤 했는데 겨울에는 삼쬐기(좨기)를 들고 와서 우리 안방에서 어머니, 막내누님과 같이 삼을 삼곤 했다.
입에 삼을 물고 있으니 이야기도 못하고 부지런히 삼을 찢어서 삼실을 무릎에 대고 비벼 이어 붙여서는 쳇바퀴에 둥글게 서려 담는데 달식이 어머니는 초저녁잠이 많은지 항상 끄덕거리고 졸기가 일쑤였다.
어떤 때는 입가에 침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졸다가 옆에서 쿡쿡 웃으면 깜짝 놀라 눈치를 살피며
어이구, 내가 왜 이러재??’하며 다시 허겁지겁 삼을 고쳐 물곤 했다
.
그리고 이따금 때꺼리(한 끼 먹을 식량)를 좀 드퉈 주~’했다는...<드투다-꾸다, 빌리다의 강릉지방 방언


(大麻)은 대관령 넘어 횡계(橫溪)나 진부(珍富) 쪽에서 사왔는데 겨우내 삼아서는 베틀에 올려 삼베를 짜는 것이 부녀자들 겨울철의 주요 일과 중 하나였고, 집집마다 베틀이 있었다. 6.25 사변 직후라 교통편이 불편하니 삼을 사기 위해서는 그 험한 대관령을 걸어서 넘나들었는데 엄청나게 큰 삼단을 머리에이고 대관령을 넘어왔으니 그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런데 거리도 멀뿐더러 대관령을 넘어야하니 당일로는 어림도 없고 하루나 이틀을 묵어야 했다.
어느 핸가 우리 어머니는 달선이 어머니와 같이 횡계로 삼을 하러갔는데 그냥 빈손으로 가기보다 옹기점에서 옹기를 받아다 팔면 이문이 남을 거라는 달선이 어머니의 제안에 따라 몇 가지 옹기를 받아서 이고 갔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조심성이 조금 부족한 달선이 어머니가 대관령 좁은 옛길을 올라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한다. 가까스로 머리에 인 옹기는 움켜잡아 땅바닥에는 패대기는 치지 않았지만 나무에 슬쩍 부딪친 모양이었다
.
'째깍~’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는데 물동이 밑을 보니 기다랗게 금이 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가 그것을 어찌 팔겠느냐
, 버리라고 했더니 어두울 때 슬쩍 팔면 모른다고 그냥 이고 가서는 저녁 어스름에 어느 시골집에다 팔아먹고는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뒷꼭지가 서늘하여 허덕거리는데 달선이 어머니는 유유자적, 왜 그리 빨리 가느냐고 하더란다
어느 날은 한 집에 들러 자배기 두어 개를 팔고는 하룻밤 묵어가자고 하였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는 달선이 어머니가 주인 여자를 보고 뜬금없이~.. 이 집에 액()이 꼈구만~’ 하더란다. 주인 여자가 깜짝 놀라 무릎걸음으로 다가앉으며 그러잖아 남편이 매일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묻더란다.
남편이 올해 몇이고, 생일이 언제인고
?’
올해 서른여덟인데 생일은 시월 초사흗날이지요
.’
으음~. 어디보자~~’하고는 눈을 감고 손가락 마디를 짚으며 속으로 뭐라 중얼거린다.
그러더니 성황님께 빌면 낫는다고 반
()에다가 밥을 한 접시 담고, 간장과 냉수를 한 그릇 담아내라고 한다. 젊은 주인여편네는 황급히 부엌에 나가 준비를 하여~~
달식이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들고 마당 사립문 앞에 가서는 손을 비비며 무어라고 한도 끝도 없이 중얼거리고, 주인 여편네는 두 손을 모아 비비며 뒤에 서서 빌고... 끝난 후 밥을 뿌리며 고시레를 하고
..
그리하여 숙박비도 내지 않았음은 물론 다음날 아침에 떠날 때 쌀을 한 됫박이나 퍼주었다고 한다
. 이튿날 집을 나서 걸으며 우리어머니가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니, 그 집에 액이 낀 것은 어떻게 알았는가
?’
그 여편네 얼굴을 못 봤나? 얼굴에 수심이 가득 하잖던가
?’
그래, 뭐라고 빌었능가? 정말 빌 줄이나 아나
?’
알기는... 그냥 아무렇게나 웅얼웅얼 하는 거지 뭐.’ 하더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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